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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CEO스위트 대표 “법률부터 세금까지…기업 해외진출 고민마세요”

현지 진출에 필요한 사무실부터 직원채용까지 전방위 업무 대행
亞 8개국에 19개 지점 세우고 우버·오라클·프라다 등 고객으로

 

서울 삼성동 랜드마크 ‘파르나스 타워’ 29층은 54개의 사무실로 구성돼 있다. 수십여 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이곳은 단순히 공간만 빌려주는 공유 오피스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서비스 오피스 업체 ‘CEO스위트(CEO SUITE)’는 29층을 통째로 빌려 한국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에 공간 제공은 물론 법률·회계·세금·통역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할 경우 해외 손님의 공항 영접 같은 의전도 대행해준다.

1997년 자카르타에서 출발한 CEO스위트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8개국 9개 도시에 19개 지점을 낸 다국적 기업으로 키운 사람은 한국인 여성 사업가 김은미 대표다. 페이스북, 우버, 골드만삭스, 오라클, 프라다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들은 CEO스위트의 고객사였거나 고객사다.

“어떤 기업이 태국 지사를 낸다고 가정해 볼게요. 회사를 설립하려면 사무실을 얻어야 하고, 인테리어 공사에 팩스와 전화·인터넷 연결, 직원 채용, 법률·세무제도도 알아야 합니다. 현지로 파견된 담당자가 낯선 땅에서 이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CEO스위트가 하는 일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겁니다. 뉴욕에서 전화 한 통화로 태국 지사를 내는 것도 가능하죠.”

어린 시절부터 영어 능력이 뛰어났던 김 대표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씨티은행에 취업하며 사회에 첫발을 들여놨다. 타 직장의 3배 이상 되는 월급을 받는 재미가 처음엔 쏠쏠했지만, 여성에게 단순 업무만 시키는 조직문화가 싫어져서 1년 뒤 사표를 냈다.

그는 이후 대한적십자사, 영국계 바잉 오피스 회사 등으로 이직했지만 한국이 여전히 좁게만 느껴졌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케팅을 배우겠다며 1987년 가방 하나 달랑 들고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타이틀을 달면 한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남녀차별이 심하더라고요. 한국 내 취업을 포기하고 호주에 정착하려고 이력서를 100개나 뿌린 끝에 취업한 곳이 호주의 서비스 오피스 기업 ‘서브코프(Servcorp)’였습니다. 인종차별을 극복하려면 역발상 전략으로 승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회사에서 태국 지점을 없애려고 했는데, 1년 안에 돈 버는 지점으로 만들 테니 지사장으로 보내달라고 했지요.”

결국 그는 입사 6개월 만에 태국 지사장으로 파견됐다. 동료들은 그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그는 보란 듯이 1년 만에 태국 지사 매출을 전년 대비 300% 끌어올렸으며, 그해 최고매니저상을 받았다.

그는 서브코프에서 아시아 시장 개척에 중추 역할을 했지만, 동양인을 차별하는 조직문화에 염증을 느껴 7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이후 1997년 자카르타에 CEO스위트 1호점을 내며 서른다섯 살에 사업가로 변신했다. 호주에 사두었던 작은 아파트를 팔고, 남편과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어렵게 출발했다. 의욕이 넘쳤지만 두 달 뒤 인도네시아에 외환위기가 닥쳤다.

“폭도들이 화교들의 상가가 밀집된 지역에서 약탈, 방화, 강간 등을 일삼았어요. 전쟁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떠나겠다는 고객사들에 무슨 일이 있어도 CEO스위트를 지키겠으니 믿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당시 저는 임신한 상태였기에 가족들이 한국에 가 있으라고 했지만 회사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출산 예정이었던 병원에 폭탄까지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아이만 낳으러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산후조리는커녕 핏덩이 아들을 안고 바로 자카르타로 돌아갔지요. 그 모습에 감동받은 고객들이 그때부터 저를 무한 신뢰했죠.”

뚝심으로 밀어붙인 덕분에 김 대표는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외국계 자금이 인도네시아를 떠나지 못하도록 막은 일등공신이라며 인도네시아 정부와 언론에서 그를 집중 조명했다. 믿을 만한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제발로 김 대표를 찾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카르타에 2호점을 내는 등 CEO스위트는 이후 아시아 여러 나라에 진출했다.

김은미 대표는 성공비결에 대해 “돈을 좇지 않고 일을 즐긴 덕분”이라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열정을 쏟으며 고객에게 신뢰를 준 점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대기업도 다른 나라에 진출하면 스타트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국가를 모른 채 의욕만 앞서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늘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 점이 성공비결인 것 같아요.”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부회장, 인도네시아 ‘한인뉴스’ 편집위원 등을 역임하며 달려온 김 대표는 이제는 사회봉사활동과 후학 양성에 많은 시간을 쓸 계획이다.

“오래전부터 자카르타 빈민가 청소년들에게 농업기술을 가르쳐주고 취업까지 시켜주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오지에 사는 사람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CEO스위트가 진출한 각 도시에서 여러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영역을 좀 더 넓히고 서비스 오피스 전문대학교도 세우고 싶어요.”

[신수현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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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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